[점검] 한-EU FTA, 車 ‘기대’…화학·기계 ‘우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합의 단계에 도달했다. 앞으로 완전 타결까지 여러 과정이 남았지만 국내 산업계는 기대와 우려 속에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가장 큰 수혜를 입계된 자동차 업계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조심스런 반응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EU가 중대형은 3년, 소형은 5년 안에 관세를 없앨 경우 수출 증가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수입관세는 8%지만, EU는 10%여서 한국이 유리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소형차가 강하고 유럽은 중대형에서 강세다. 양측이 윈-윈하는 효과가 있다. 국산차의 경우 유럽 시장이 확대되어 인지도나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관세율이 14%인 컬러TV의 경우도 5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러나 IT를 비롯한 전자 업계는 현지 생산이 많고 무관세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효과가 적다는 반응이다. 다만 TV기능이 있는 휴대폰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던 방침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2004년 이후 WTO 양허관세가 0%여서 영향이 없다. 다만 FTA가 발효될 경우 EU의 철강반덤핑제소가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재를 포함한 화학과 기계류 등은 완전 개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무역 역조가 현재보다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시장은 유럽(EU)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EU FTA가 타결되면 외국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 되어 경쟁이 심화되고 무역적자 폭도 늘어날 것이다”고 우려했다.
섬유업계 관계자 역시 “수출비중이 높기 때문에 영향이 적지만, 고가의 의류 수입이 늘어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EU에 대한 총 수출실적이 3%에 그쳐 큰 영향이 없다”며 “민감품목의 경우 안전장치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이혜민 수석대표는 24일 “베어링, 기초화장품 등을 5년 내 철폐 품목으로 분류했다. 예외적으로 약 40여 개의 민감 품목은 기간을 7년으로 잡았고 여기에는 관세율이 16%인 기타 기계류, 13%인 순 모직물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 잠정 합의하지 못한 관세 환급과 원산지 표시 관련 부분은 4월2일 열리는 통상장관 회담으로 넘겨졌다. 양측은 이 회담에서 최종 타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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