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600원에 제동..적극 개입하나
2009-03-03 16:17
외환당국이 이달 들어 달러화 매도 개입을 강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1,600원대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단기적으로 환율의 1,600원대 진입을 막고 있지만 1,600원선을 '사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한 수준을 고수하다가 뚫리면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환율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상수지 개선,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 등 중장기적 시장 안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연일 개입..1,600원대 차단
외환당국은 전날 환율이 장중 1,596.00원까지 급등하자 5억~7억 달러를 투입해 1,600원 진입을 막은데 이어 이날도 장 초반부터 달러화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연속 급등하면서 1,450원대로 올라선 지난달 17일 2억~3억 달러가량 개입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지난 달 2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환율을 수출에 활용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이 완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세를 재개하면서 1,600원을 위협하자 당국의 개입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 적극 개입이냐 속도 조절이냐
이날 외환시장에서 당국의 시장개입은 속도조절을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이 원.달러 환율 1,600원 선을 필사적으로 방어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동유럽권 외환위기,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세계경기 위축 등으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위축된 데 근본 원인이 있는 만큼 당국이 아무리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어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또 1,600선을 지키려고 환율을 무리하게 짓누르면 환율 상승 압력만 높이면서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당국은 시장에 공포감이 생기지 않도록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는데 목표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전문가들도 외환당국이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환율을 방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다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은 환율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정도의 개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개입을 전혀 하지 않으면 당국이 시장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신인도 악화는 막아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지속되는 한 환율의 상승 흐름을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환율이 단기 급등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투기적인 달러화 매수세 여파로 환율이 이상 급등하더라도 당국이 개입을 자제하면 당국의 방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국가 위기 상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팀장은 "경상수지 흑자가 2분기 이상 누적되면 원화 가치를 약화시키려는 공격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국이 환율 상승 추세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환율의 단기 급등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악화되거나 물가가 급등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상승폭을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이상 급등에 대한 당국의 통제 능력 입증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증시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우증권 이효근 연구위원은 "지금같이 외환시장이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일 때는 정부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며 "변동성이 심할 때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앞으로 변동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수출 독려와 통화스와프 협정 확대 등 시장 안정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현재로서는 환투기 세력이 개입한 만큼 이에 대한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외환시장이 실물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아 외국인 투자자들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외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고 만기도 연장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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