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독불장군'…악재 뚫고 '나홀로 강세'
미 달러화 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뚝심을 과시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손실을 낸 AIG 충격으로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7000선을 뚫고 주저앉았지만 달러화의 기세는 엔화는 물론 미 국채와 금마저 압도하고 있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가 동반 폭락한 2일(현지시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8.969를 기록해 3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일년간 달러인덱스는 20.2%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는 올 들어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10%, 7.4%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달러화의 강세는 다른 통화의 약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와 함께 최근까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 온 엔화가 일본의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힘을 잃고 있고 국가 부도설이 나도는 동유럽 위기로 유로화 등 유럽 통화의 매력이 바래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 달러인덱스 추이(출처:빅차트) |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8주간 이어진 미 국채 매도세가 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겼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의 강세가 안전자산 선호 때문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 국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장기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강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장기 국채 매입에 대한 지지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국채를 팔기 시작했고 금리도 반등했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데이비드 우는 "미 국채 금리가 반등한 것이 다른 해외자산들과의 금리차를 벌려 달러화에 대한 매력을 높였다"며 "최근 금리차에 대한 달러화의 민감도는 6개월래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뮤추얼펀드업계가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며 달러 매수 여력을 늘리고 있는 점도 달러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 펀드매니저들이 보유한 국내외 증권은 모두 30조 달러어치로 7조 달러 규모인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능가한다. 이들의 해외자산 비중은 최근 10년새 12.5%에서 26%로 늘었지만 올 들어서는 다시 23%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화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인플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강달러 기조에 편승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외국의 움직임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액슬 머크 머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인플레이션으로 달러화 가치가 결국 손상될 것"이라며 "달러화의 남용은 미국을 괴롭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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