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카타르시스와 기형인간
카타르시스와 기형인간
강혁(대중평론가)
데이터 스모그의 저자 데이비드 솅크는 “17세기경 보통 영국 사람이 평생 접했던 것보다 뉴욕타임스 평일판 하루치 기사는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1472년 당시 세계 최고 대학도서관 이던 케임브리지 퀸스칼리지 도서관의 소장도서는 불과 199권에 불과했다. 구텐베르크 이전엔 책한권 필사하는데 몇달 혹은 몇년이 걸렸다. 정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판매자 시장이었던 것이다.
지금 세계는 어떠한가. 미국에서만 한해 10만여종, 세계에서 40만여종의 책이 나오고, 잡지 기사의 양만 2300억 페이지에 달하며,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기록용지만 2조억장에 달하고, 매년 50만여종의 학술저널이 나온다. 수십억에 달하는 웹페이지, 인터넷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세상은 디지털의 특성인 접근성, 이동성, 정보능력으로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고 있다.
특히 디지털혁명의 대표적 신기술인 인터넷은 ‘정보의 평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보의 바다’로 인도했고, 이 같은 ‘정보의 풍요’는 ‘정보비만’이라는 21세기 신종병을 낳게까지 했다.
우리는 정보가 난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사회를 대변하는 인터넷 사이버공간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성인물, 포르노, 욕설, 악플이 넘친다.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기 위해 루머를 사실처럼 만들어버리고, 인격살인도 서슴치않는다.
더나아가 생명을 위협하는 마약, 극약의 유통공간이 되기도 한다. 정보의 과잉은 오히려 우리 삶의 질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정보 쓰레기나 허위 정보들은 마치 대기오염의 주범인 스모그나 매연처럼 가상공간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국가의 시스템까지 교란시킬 수 있다.
이처럼 오염된 공간은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의 정신과 영혼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정보 쓰레기들은 우리의 대화·생활을 망쳐버리고 정신 건강마저 피폐하게 한다.
카타르시스(Catharsi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나오는 말로 그리스어로는 '정화(淨化)' 또는 '순화(純化)'를 뜻한다.
80년대 군사정권시절 자주 그들이 사용하던 ‘정화’라는 단어는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서 자주 남발되고 있다. 사회정화, 공직사회정화, 그리고 환경정화, 언어정화···
톰크루즈가 믿는 공상과학소설가 론허버드가 1950년대에 창시한 사이언톨로지교는 ‘정화'라고 하는 상담치료만으로 행복의 최종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의학용어로는 체내에 남은 불순물을 배설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이처럼 정화라는 문학적인 의미뿐 아니라 종교, 의학적으로도 우리 영혼과 육신을 깨끗하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위해 기도나 명상, 운동, 건강식을 하듯 디지털세상에서 삶의 일부가 인터넷 사이버공간을 정화해야 한다. 그런 공간이 매연과 쓰레기로 덮이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감수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정보과잉은 정보중독을 낳고 정보중독은 생각과 가치판단력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가만히 있으면 정보전쟁에서 낙오할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보중독과 정보비만에 빠져가고 있다. 지금 우리 스스로가 사이버공간정화에 나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하고 방대한 정보가 무질서 무체계적으로 유통돼, 정보에 의해 지배되는 수동적 기형인간이 자기 자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