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수출·신차효과로 불황 뚫었다
전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였음에도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나름의 선방을 한 것은 그동안 지속해 온 제품 차별화와 수출이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수출 덕을 본 현대차는 제품 차별화와 매출 다변화 전략을 펴 32조1898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신차 효과로 내수 호황의 힘을 등에 업은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3085억원을 기록, 2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6조3822억원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i30의 유럽시장 판매증가 및 신흥시장 수요신장에 힘입어 전년대비 2.1% 증가한 109만8629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빅3’ 업체가 대형차와 저연비차량에 주력하는 사이 중소형 차급의 경쟁력을 앞세워 경쟁사들의 빈자리를 꿰찬 것.
기아차는 내수로 수출 불황을 극복했다. 지난해 모하비·모닝·로체 이노베이션·포르테·쏘울 등 지난해 출시한 신차들의 인기로 내수 판매가 16%나 증가하며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현대차, 분기별 운용전략 세워 대처
현대차는 올해 연간 사업계획을 세우기보다 분기별로 운용전략을 세워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공장 투자도 연기를 검토하고 있고, 러시아 투자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예정이다.
재고의 경우 3.5개월 치가 쌓여있지만 아직은 적정 수준이다. 중소형의 경우 재고가 부족하다. 정태환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2일 기업설명회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재고량은 3.5개월 치로 적정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은 적정재고 수준을 초과하고, 국내에서도 SUV와 상용차는 적정수준을 넘었다. 중소형차는 재고가 부족한 편이다”고 말했다.
올해 판매량에 대해 정 본부장은 “미국시장의 경우 지난해 말 시작한 새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달 전년대비 10% 내외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도 13% 정도 증가하나, 유럽은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동욱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은 “미국과 일본업체들은 선진국시장 비중이 55~75%로 높지만 현대차는 39%로 낮고, 지역별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져 있다”며 “전체 생산능력 중 53%가 A,B 세그먼트(중소형차)여서 경기 침체기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美 조지아공장 올해 12월 양산”
기아차는 올해 12월 미국 조지아공장을 예정대로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이재록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은 22일 기업설명회(IR)에서 “미국 조지아 공장은 원래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중이다”며 “올해 하반기 시범 생산을 거쳐 12월께 양산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입 차종은 2-3가지라고 말했다.
올해 판매 비중과 관련해서는 승용차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중소형차 판매가 늘고 있어 승용차를 60%로 확대하고, 이중 중소형 비율을 70%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출시된 포르테, 쏘울 등을 수출해 중소형 승용차 비중을 높일 것”이라며 “경쟁력을 갖춘 차종인 만큼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판매 목표에 대해서는 지난해 1/4분기에 국내외에서 모두 34만대를 판매했지만 해 1/4분기에는 목표 판매량을 28만대에서 30만대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전망치 하향에 대해 이 본부장은 “기아차의 실적보다는 자동 차산업 전망에 따른 것이어서 불만스럽다”며 “지난해 실적이 확정된 후 다시 평가되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2/4분기 초에는 신용등급을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본부장은 "아직 불완전한 해외 판매법인이 있지만, 지난해 4300억 원을 투입해 해외 판매법인의 부실을 대부분 해소했다"며 "올해 지속적인 구조개선을 통해 해소할 예정이다. 2011년에는 완전 선순환 수익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이르면 내달 중순께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