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열기…대세 반전에는 역부족"
주택분양시장이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판교신도시 마지막 민간 중대형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최고 경쟁률 51대 1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놀라운 성적이다.
△성공 분양 요인은 = 2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이 20~21일 이틀간 판교 A20-2 블록에서 분양한 '푸르지오 그랑블'은 921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2만5671명이 청약해 평균 27.8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총 62가구를 모집한 121㎡가 수도권 1순위 청약에서 1560명이 청약해 51.1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평형의 성남 지역 거주자 경쟁률도 34.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큰 주택형인 331㎡ 펜트하우스에도 4명 모집에 총 59명이 신청했다.
이같은 청약결과는 지난해 9월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분양시장에서는 아주 이례적인일. 연초에 있었던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도 순위내 청약에서는 대규모 미달사태를 경험한바 있다.
따라서 이번 성공적인 청약결과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상품 가치'가 우수했기 때문이지 시장을 되돌릴 수 있는 '대세 반전'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푸르지오그랑블의 성공적인 청약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저렴한 분양가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1588만원으로 2006년 분양한 판교 중대형 분양가 1830만원에 비해 250만원 정도 싸다.
뛰어난 입지 여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판교 중에서도 각광받는 동판교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앞으로 개설될 판교역 역세권일 뿐만 아니라 분당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도 일부 투자수요를 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계약 후 3년이 지나면 팔 수 있도록 완화됐다. 즉, 입주시점에서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반등할 경우 적잖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입지, 분양가에다 전매제한 완화라는 3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은 = 이번 성공적인 청약결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반전시키는 이른바 '대세 반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대표는 "광교 이던하우스가 순위 외 청약에서 몰리는 등 청약시장이 일부 살아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세 반전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분당이나 용인 등 주변지역 특히, 중대형 위주로 거래가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판교에서 마지막 분양하는 중대형 아파트라는 상품 가치가 매력적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을 아니라고 본다"며 "대세 상승으로 반전시키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대외변수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도 "시장보다는 상품 가치의 우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대세 반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요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이번 청약결과를 보면 역시 분양가격이나 입지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강남 진입이 어려워 판교신도시로 대체했던 대기 수요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또 "그이번 청약 성적이 시장 전반에 주는 영향은 그리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전반적인 시장흐름 보다는 상품(지역 등) 가치에 따라 청약결과가 달라지는 차별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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