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고리 언제끊나
최근 국내에서 영업중인 7개 제약사들이 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4억원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았다.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51억2500만원을 비롯 한국MSD 36억원, 한국화이자(33억원), 한국릴리(13억원), 한국오츠카제약(11억원) 등 5개 다국적제약사들과 대웅제약(46억원), 제일약품(12억원) 등 2개 국내 제약사도 포함됐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국내에서 영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들의 음성적 리베이트 제공행위 등을 적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현금지급, 골프접대 등 의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리베이트 제공행위 뿐 아니라,제품설명회∙강연회∙세미나∙학회 등을 통한 지원, 시판후조사(PMS) 명목의 지원, 영향력 있는 의사(KOL)들에게 평상시 지급하는 고문료∙자문료 방식의 지원 등 우회적 리베이트 행태들을 집중 적발했다.
의약품은 일반상품과 달리 제품의 최종선택권이 비용 지불자인 소비자(환자)에게있는 것이 아니라, 처방 의사에게 있다.
이에 제약사들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의사 또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약품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의사와의 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유혹들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사 의약품의 처방유지 및 처방증대 뿐 아니라 경쟁사의 처방처 확보(랜딩)를 막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가 거의 관행화되다시피 한 게 기정사실이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2007년12월 의약품 시장에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액이 약 2조1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006년말 기준으로 국내 제약산업 시장규모가 총 10조5400억원 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 리베이트 비율이 매출액의 20%를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의 리베이트는 사회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소비자(환자)에게 그 피해가 고수란히 전가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리베이트는 제약사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의약품의 가격상승 원인이 되어 의약품 선택권도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리베이트 비용이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리베이트 제공을 통해 얻은 독과점 지위를 유지하며 획득한 이윤을 다시 리베이트로 제공할 경우 R&D 투자액 감소 등으로 신약개발 기회마저 상실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약사들이 병원 의사들을 상대로 제공하는 리베이트 방식이나그 형태는 갈수록 우회적이면서도 지능화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수년동안 공정경쟁규약 준수 등을 내세우며 리베이트에 대한 자율시정 노력을 외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와 리베이트를 없애겠다는 것인지, 사정당국에게 임시방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외침인지 묻고 싶다.
의사들과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고리는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고한 소비자(환자)들의 피해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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