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살리기 박차"
2009-01-04 13:55
이명박 대통령의 2일 신년 국정연설은 집권 2년차를 맞는 새 정부의 각오와 향후의 국정구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솔직한 진단과 위기극복을 위한 새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밝힘과 동시에 민생을 보듬고 각종 개혁작업을 가속화해 미래 선진일류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확고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특히 악화일로의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정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에 국민 모두가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방송법 등 핵심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해를 넘겨 대치하고 있는 국회에 대해서는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국회의 결단을 공개 촉구한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새해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경제와 민생, 개혁, 미래 4가지 화두를 제시했다.
핵심은 경제다. 4가지가 모두 서로 얽혀 있는 사안이긴 하지만 경제회복 없이는 민생을 챙길 수도 미래를 향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룰 수도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우선 "어느 나라도,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을 못했던 것처럼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현 경제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세계 모두가 통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시장의 불씨를 다시 살린다면 금년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희망을 제시한 뒤 `비상경제정부' 구축과 이에 걸맞은 국정쇄신 단행 의지를 피력했다.
"매일매일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1분1초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저부터 팔 걷고 나서겠다"는 대목에선 비장한 각오가 묻어났다.
이 대통령은 은행권에 대한 20조원 이상 지원, 중소기업 지원액 11조원 이상 확대, 투자확대를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 전체 예산의 60% 이상 상반기 집행,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신년 국정연설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며 경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경제를 제때 회복시키지 못할 경우 선진국 진입은 물론 나라가 자칫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우리가 체감하는 것 이상의 위기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이 대통령의 신뢰에 중대한 흠집이 생기면서 취임 초 `쇠고기 파동'에 버금가는 사태가 재연되고, 정상적 국정운영이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민생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노점상 박부자 할머니 등 최근 현장방문 과정에서 만난 세 할머니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보살피는 따뜻한 국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민생을 돌보고 서민의 삶이 위협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 대책으로 가계와 중소기업 금리부담 완화, 교육비 부담완화, 불법추심 근절, 저소득층에 대한 월 최대 120만원 지원, 위기가구 긴급지원제도를 비롯한 사회안전망 대폭 확충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새 정부가 경제와 대기업만 중시하면서 서민과 중소기업은 외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각종 개혁과제의 흔들림 없는 추진의지도 재확인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와 기업 모두 거품을 빼고 시대에 맞게 체질을 개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역풍을 나라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향후 중점 개혁 과제로는 규제개혁과 공기업 선진화, 교육개혁 등 3가지를 꼽았다. 규제개혁이나 공기업 선진화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필요한 사안이고, 미래세대를 좌우할 교육은 국가미래를 위해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교육개혁의 핵심은 학교정보공개와 교원평가제도 정착 등을 통해 좌편향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교육 현장에서 전교조의 색채를 빼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신성장 동력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강력한 추진의사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이제 가는 길이 정해진 만큼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녹색기술산업과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 산업 등 3대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임을 역설했다.
또 `녹색 뉴딜'인 4대강 살리기도 토목사업이 아닌 녹색성장의 큰 틀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하고 `녹색성장기본법'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글로벌외교와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정리했다. 미.중.일.러 등 주변 4강(强)과의 외교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임을 내비쳤다.
특히 북한에 대해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새 정부들어 남북관계가 전면 경색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시간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 전반의 동참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정치권에 대해선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이라며 압박과 호소를 병행했다. 또 기업에 대해 "자발적인 투명경영을 통해 근로자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했고, 노조에 대해선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노사협력을 이룬 노조에 박수를 보내자"며 노조의 자세전환을 요구했다.
사회지도층에 대해서도 "따뜻한 사회는 정부 정책만으로는 될 수 없고 우리 사회 모두가 나눔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며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