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위기관리.일자리에 정책 '올인'

2008-12-16 14:32

 
     정부가 16일 발표한 2009년 경제운용계획은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기업.저속득층의 생존과 일자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돕는 동시에 한국형 뉴딜정책과 신산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청사진을 담고 있다.
     기업이든 가계든 일단을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만큼 유동성을 적기에 풀고 저인망식 경제.사회 안전망을 펼쳐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과 노사관계 혁신을 추진하고 신성장 및 녹색산업의 기반을 다져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진단은 비교적 객관적이지만 전망치에 목표의식이 강하게 반영돼 있고 새로운 대책도 찾기 힘들어 정책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암울한 내년 경제..객관적 2% vs 목표는 3%
정부의 내년 경제 전망은 매우 암울하다. 미국발 금융불안 이후 실물경제 침체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마이너스 성장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 탓이다.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과거 세계금융위기가 금융불안 2~3분기에 이어 실물침체가 7~8분기 지속됐다는 점을 들어 최악의 상황도 상정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은 3%, 경상수지는 100억 달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수와 수출의 동시 침체로 지난 9월부터 급속도로 생산현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4분기에는 역성장할 공산이 크다고 봤다.

   특히 수출은 0% 안팎으로 전망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애초 한자릿수 증가를 전망했던 점에 비춰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육동한 경제정책국장은 성장률에 대해 "한국은행이 2%를 예상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3%로 제시한 것은 정책적 목표의식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2%지만 정책적 의지를 담아 1% 포인트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방향은 주요국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재정을 적극 활용하고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대개의 정책방향이다.

  
◇ 위기관리하며 미래도 대비..정책수단 총동원
전대미문의 상황에 맞선 정부의 대응 기조는 위기관리와 미래준비로 구성된다.

   적재적소에 유동성 공급을 하고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경기 하강 속도를 늦추며 금융위기의 피해자인 이른바 '신(新)빈곤층'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보호한다는 게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사회안전망은 저소득층 장학금 및 보육비 지원은 물론이고 실직, 폐업, 질병 등 일시적 원인으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계층에 대한 생계비 지원도 이뤄진다. 저소득층 가구에 대한 긴급복지지원도 병행된다.

   이런 위기관리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전이다. 내년 예산을 올해로 당겨 집행하고 내년 상반기에 연간 예산의 60%를 풀며 유동성 공급도 신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은행 자본확충을 통해 잠재적 부실에 대비하고 기금 등 여유자금을 활용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한편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 등을 통해 상시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펴기로 했다. 4대강 정비,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등 내년에 24조7천억 원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장은 대규모 재정사업을 통해 건설경기를 띄우고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도약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된다.

   고용 빙하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 대책은 '만들기' 보다는 '지키기'와 '나누기'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7만8천명에 그치고 12월에는 추가 악화가 우려돼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정부의 근로시간단축지원금을 늘리고 유급휴가 대체인력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인건비 지원제도도 도입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금융기관, 공기업에서 고임금을 받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토록 유도, 그 여유분으로 일자리를 잃는 분들, 일자리를 못찾는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자리는 노사관계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일자리 유지를 위한 노사정간 사회적 협약을 추진하는 한편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덜기 위해 사용제한기간을 완화하고 현행 32개 업종인 파견허용업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정책집행에 최선..재원 한계 지적도
여기에 더해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녹색산업, 고부가 서비스산업 등 신성장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서비스산업의 진입 및 영업규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수단이 소진돼 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단발적으로, 패키지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논란거리가 됐던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각종 부동산 규제들은 최근 대거 완화됐다.

   이에 대해 이미 나온 정책들이 감세나 재정 확대에 기반한 것이었던 만큼 내년부터는 정책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내년에만 15조6천억 원이나 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안과 예산안이 이제 막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를 제대로 집행할 경우 소비를 진작하고 가라앉는 경기를 최대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추경 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