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발표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민생ㆍ치안 대책'은 수사기관의 사법처리와 법 집행에서 서민과 직결된 불편과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국제적인 금융 불안 등의 여파로 얼어붙은 국내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서민층이 효과를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처방책을 마련한 셈이다.
   ◇ 생계형 범죄 벌금 대폭 낮춰 =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같은 저소득층 서민이 저지른 생계형 범죄에 대해 벌금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2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춰 구형하고 기소유예 처분도 확대한다.

   또 벌금을 바로 완납할 수 없는 저소득자나 환자는 벌금 분납과 납부시기 연기도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최근 3년간 벌금 분납 또는 납부 연기를 신청하면 98% 이상 허가했는데 서민의 형편을 고려한 이런 정책적 배려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경제사정으로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거나 노역장에 유치되는 바람에 생계 활동이 끊기지 않도록 벌금 수배자가 자수한 뒤 벌금 일부를 내면 수배를 해제하고 검거됐어도 질병이 있거나 일부 납부ㆍ분납ㆍ납부연기를 신청하면 가급적 석방키로 했다.

   노역장에 유치된 경우라도 질병 등으로 수용생활이 힘들면 집행정지해 석방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노역장 유치를 서민을 돕는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난달 초 3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는 사회봉사로 대신 집행하는 내용의 특례법안을 국회에 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1월말 현재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사람은 3만3천895명으로 연초 대비 3천명이 늘었는데 이는 수용인원을 6천명이나 초과한 것이다.

   ◇ 일제단속 유보 = 환경ㆍ공정거래 위반과 유해식품 사범을 제외한 가벼운 생계형 범죄에 한해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일제 단속이 잠정적으로 미뤄진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도 우편, 팩스, 전화로 진술하는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수사 관련자가 원하면 밤이나 주말에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출국금지조치도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

   수사기관의 활동으로 서민의 생계가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조치다.

   법무부는 또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의 저작권 침해 행위가 빈발하면서 일부 저작권자와 법무법인이 합의금 분배 약정을 맺고 무차별로 고소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합의금을 대납하는 부모의 부담이 크다고 보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내년 1월 대책을 확정키로 했다.

   아울러 검찰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시범시행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내년 확대 시행한다.

   실제로 저작권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2만5천여건에서 올해 11월까지 7만8천여건으로 급증했다.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대로를 막는 방식 대신 음주운전이 자주 일어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 불법 사채, 사기 엄단 = 정부는 또 경기불황을 틈타 횡행하는 무등록 고금리 대부행위와 채무자를 폭행, 협박하는 불법 채권추심행위를 엄하게 다스리는 한편 피해자들에게는 개인회생ㆍ파산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지난 9월 `서민생계 침해 불법 사금융 및 청부폭력 침해사범 단속 지시'를 내렸고 경찰도 9월 말부터 2개월여간 불법 채권추심과 대부업법 위반 특별 단속을 벌여 2천855건을 적발, 50명을 구속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계, 불법 다단계, 방문판매,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범죄 단속도 강화하고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민사적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 조정제도와 배상 명령제도도 활성화된다.

   공무원의 `촌지' 요구와 상가 주변 폭력배의 갈취 행위도 내년 1월 말까지 집중 단속한다.

   이와 관련, 경찰은 내년 경찰청과 각 지방청에 `생계침해 범죄 대책 추진단'을 설치, 전문수사요원 1천994명을 집중투입한다.

   ◇ 경제위기 타개 돕는 법률지원 = 정부는 신용불량자의 개인회상ㆍ파산 신청자를 돕는 무료 법률구조를 강화한다는 방침 아래 내년 5월 이와 관련한 `개인회생ㆍ파산 종합 지원센터'를 신설한다.

   또 법원의 사회봉사 명령도 서민가정 무료 도배, 세탁, 장판 교체, 저소득층 집중 거주지 연탄 배달 등 서민생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 성탄절 대규모 가석방 = 법무부는 성탄절을 맞아 생계형 범죄자 등을 대상으로 형 집행률 기준을 내려 서민이 많이 포함된 가석방을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성탄절엔 월평균 가석방자보다 배 이상 많은 1천300여명이 24일자로 가석방된다.

   이 가운데는 생계형 범죄자 270명, 6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등이 185명이 포함됐다.

   ◇ 연말연시 민생치안 강화 = 경찰은 일선 지구대 등의 경찰 인력을 총동원해 내년 1월4일까지 강ㆍ절도와 같은 민생 침해 범죄 예방ㆍ검거활동을 강화한다.

   또 교통경찰을 최대한 활용해 교통량이 많은 도심의 도로 소통과 강설시 대형 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출ㆍ퇴근 시간대와 주말 오후 도심권 교통 혼잡지역에서 `교차로 꼬리 물기 특별 단속'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