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4분기 실물경기 악화로 ‘불황의 터널’ 진입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4분기부터 본격적인 실물경기 악화로 가시화될 전망이어서 산업계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주요 업종들의 실적은 그런대로 양호했다는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가 본격적인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질 4분기부터 불황이 올 것이란 불안감이 높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최근 메모리부문 투자를 수 천억원 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한 시황 전망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본사 기준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6.0% 하락한 1조234억원에 그쳐, 이 같은 전망이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현대자동차 역시 본격적인 경기침체기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소비심리도 위축되자연초에 세웠던 글로벌 판매목표를 311만대에서 302대로 낮췄다.
업계 특성상 실물경기 영향을 곧바로 받는 해운업계의 침체로 조선업계도 불황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현대중공업은 계열 조선사를 제외한 3분기 선박 수주량이 20여척으로, 작년 동기 수주량인 42척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두 달동안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고, 삼성중공업도 올들어 9월까지 수주한 선박이 50척에 그쳐 1년 전의 수주량 83척보다 43% 가량 감소했다.
지난 3분기 철강시황의 호황으로 분기실적에서 사상 최대실적을 거둔 포스코도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될 것을 우려하기는 비슷한 상황이다.
주가 폭락, 유가 급등, 환율 폭등으로 서민층은 물론 부유층까지 지갑을 닫으면서 유통업계는 ‘제2의 IMF 사태’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인 11.4%, 19.3%나 떨어졌다.
신세계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전분기보다는 둔화했다. 주력 사업부문인 이마트의 경우 매출이 9월부터 마이너스 신장세로 돌아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한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실적악화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항공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4분기 실적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고유가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상승에 따라 직격탄을 입었다.
그러나 내달부터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이 시작되는데다 빠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 가입으로 비자 없이도 미국 방문이 가능해져 여행객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박재붕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