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병원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대반격 나서

2008-09-07 12:43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후 의사들의 원외처방 중 처방기준(요양급여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환수하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병원 의사들의 대반격이 시작된다.

만약 병원들이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환수당한 약제비에 대해서 전액 반환소송을 제기키로 할 경우 총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줄소송이 예상되며, 건강보험제도의 운영기조 변경도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지훈상 연세의료원장)는 9일 오후 연세의대 강당에서 약제비 반환청구 소송이 진행중인 병원과 그 외 참석 희망병원을 대상으로 '원외처방 약제비 반환청구 소송 판결과 관련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는 서울대병원이 작년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했던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지난달말 서울서부지원에서 내린 판결의 의미와 ‘약제비 소송의 향후 전망과 과제’를 진단하는 자리로 마련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민사 13부)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서울대병원과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원석 원장이 제기한 약제비 반환 소송에서 공단이 의료기관의 원외처방약제비를 일률적으로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에따라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 이후부터 이와 유사한 성격의 환수금이 약 1000억 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이 환수금이 다시 병원계로 돌아갈 지 또는 공단의 보험재정에 귀속될 지 그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9월 현재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해 둔 병원(의료법인 기준)은 총 34개 기관, 금액은 15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41억원 반환소송에서 승소한 서울대병원을 비롯, 삼성서울병원 6억4100만원, 순천향대부천병원 6억5천만원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후 의사들이 요양급여기준(심사기준)을 초과하여 원외 처방했을 경우 건보공단은 초과된 약제비만큼 보험재정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고 보고 병원측으로부터 그 초과분을 환수해 왔다.

하지만 작년 8월 서울대병원이 “의약분업후 병원은 처방전만 발행하고 약제비는 약국에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2001년6월 이후 환수당한 총 41억원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비록 의사가 약을 처방하지만 그 처방으로 인한 약제비 수입은 병원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약국(제약사)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병원의 과잉처방으로 공단에 비용지출 증가가 발생했다고 해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도 않는 병원에서 이를 환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06년12월 이원석 원장이 제기한 이 취지의 소송에서 공단이 약제비를 징수 처분한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해 국민건강보험법 52조1항에 의한 환수조치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공단은 과잉처방 약제비 환수근거로 삼아 왔던 국민건강보험법 52조1항 대신, 민법750조(불법행위의 내용)을 근거로 과잉처방 약제비를 계속 환수해 왔으나, 서부지원에서 이 마저도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대해 건강보험공단에선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험제도를 띈 일본 사례를 예로들며 법원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공단은 연간 지급되는 보험재정 중에서 약제비 비중이 약 30%에 달할 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과잉처방을 막지 못한다면 보험재정에 심각한 악영향이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경수 건강보험공단 보험부장은 “이 건은 요양급여기준의 효력에 관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요양급여기준도 분명히 법 규정이며, 법원판결은 진료비(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려면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룰(Rule)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박재붕 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