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업계 2세 경영]윤돈모 철산기업 사장

2008-08-28 09:10
미운오리서 백조로 화려한 비상

   
 
 
지난해 경인지역 철스크랩 시장에서는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현대제철(인천공장) 납품업체로 등록한지 1년여 밖에 안된 ‘철산기업(鐵山企業)’이 기존 업체들을 제치고 공급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킨 것.

지난해 약 25만t의 철스크랩을 현대제철에 공급한 철산기업은 이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부성자원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으며, 올해에도 월 2만t 가량의 물량을 공급함으로써 업계 선두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1의 공급업체로 부상한 철산기업은 지난 1976년 풍산상회로 출발했다. 창업자인 윤재숙 회장(75)이 20여년 간 군인 생활을 마치고, 철스크랩 사업에 뛰어든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스크랩업계 최초의 법인인 철산기업(1980년)으로 상호를 바꾼 윤 회장은 25년간 동국제강과 인연을 유지하며, 경인지역의 대표적인 철스크랩 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철산은 2005년 위기를 맞게 된다.

거래업체가 이물질이 포함된 불량스크랩을 납품한 것이 문제가 돼 동국제강으로부터 납품정지를 당한 것. 더욱이 며칠이면 풀릴 줄 알았던 납품정지는 1년 넘게 지속됐고, 한 때 30만t에 육박했던 공급량은 20만t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납품정지를 당한 상태에서 타 납품업체를 통한 대납으로는 물량을 유지하기도, 거래업체인 중하부상들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경영실적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단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 마침 현대제철이 신규 납품업체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 회장의 차남으로 2006년 7월 사장에 취임한 윤돈모 사장(사진 위)은 그 해 12월 납품업체로 동국제강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현대제철로 말을 갈아타는 결단을 내렸다.

   
 
철산기업 과림동 하치장
당시 업계에서는 철산의 현대제철 등록을 두고 동국제강이 복을 차버렸다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상식을 벗어난 징계로 우수 협력업체를 타 제강사로 내몰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윤 사장은 “20년 이상 인연을 맺어오던 동국제강을 떠나 타 제강사로 옮기는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납품정지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상황이 1년 반이나 지속돼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하고 현대제철로 공급사를옮겼지만,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미 30여개의 협력업체가 나름대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한 신규업체에 대해 주변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

철산을 음해하는 근거 없는 루머들이 우후죽순처럼 시장에 흘러나왔고, 급기야 이러한 루머가 빌미가 돼 감사까지 받아야 했다.

윤 사장은 “오랫동안 제강사 협력업체로 축을 이루면서 형성해 온 신뢰와 영업망 등을 바탕으로 오래지 않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면서도 “기존 업체와의 문제에서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의 성과는 위기를 맞아 기회로 삼아 제2의 창업자세로 전 직원이 일심단결해 각자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서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하고 철산기업에 입사한 윤 사장은 부드럽고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바닥부터 시작해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과장으로 입사한 이래 차장, 부장, 이사, 상무 등을 차례차례 거치며 영업과 공장관리, 총무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윤 사장은 “너무 모르고 뛰어들다 보니,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배워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비슷한 연배도 없었고,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철강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윤 사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천300평 규모의 과림동 하치장의 운영을 아웃소싱에서 직영으로 바꾼 철산은 향후 추가로 하치장을 확대해 공급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윤 사장은 “일단 올해에는 물량증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에 주력할 방침”이라면서 “향후에는 제2의 하치장을 마련하고, 길로틴과 압축기 등의 설비를 갖춰 공급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산기업 창업자인 윤재숙 회장(앞)과 2세인 윤돈모 사장
또 그는 “품질관리를 잘해서 규모와 품질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최고의 업체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향후 스크랩업계를 이끌어갈 2세 경영인으로서의 각오도 남다르다.

윤 사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화된 시장에 가서 유통시스템 등을 벤치마킹하고, 견문도 넓힐 계획”이라면서 “철강산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원자재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으로 업계 전체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5살 딸을 둔 윤 사장은 3세 경영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면서도 “하나의 비즈니스모델로서 가치가 충분하다”면서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