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도 복구지원도 '내 맘대로'

2008-08-11 15:46

그루지야 정부는 일방적인 휴전과 함께 분쟁지역 내 철수를 선언했지만 러시아가 무력을 앞세워 오히려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남오세티야에 대해 4억2000만 달러의 재건 비용까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의 전쟁 3일 만에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휴전 명령서에 서명하고 이를 그루지야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좀처럼 물러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육해공군을 동원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공격 자제를 촉구하고 국제 사회도 민족간 갈등의 위험이 인근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중재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아 미국을 비롯한 이웃국가 우크라이나 등이 당혹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임스 제프리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10일 러시아 측에서 위험을 계속 고조시킨다면 "미국과 러시아 양국관계에 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 같은 메시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직접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으며 이번 그루지야 사태로 미국과 유럽은 무력함만 드러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그루지야 관리들은 러시아가 이웃 국가들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전 세계에 내보였다는 분석과 함께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상대로 군사작전에 돌입한 것도 단순히 남오세티야에서 그루지야군을 몰아내기 위한 것보다 친서방 성향의 사카슈빌리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러 성향의 정권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으로 황폐화된 남오세티야에 4억2000만 달러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전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전황을 보고하면서 “남오세티야 재건 비용으로 최소 4억200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참관을 마치고 귀국하던 푸틴 총리는 러시아령 북오세티야 수도 블라디카프카즈를 급거 방문, 러시아 정부 구호 상황을 점검했으며 남오세티야 주민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 방침을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8일부터 시작된 그루지야군의 남오세티야에 대한 공격으로 수도 츠힌발리 시내의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됐으며 최소 3만 4000명의 주민들이 러시아 국경지대로 피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9일 의료진과 식량, 의약품을 실은 수송기를 북오세티야에 보낸 데 이어 10일에도 120t 가량의 식량을 츠힌발리와 북오세티야로 보냈다.

러시아는 이번 위기에 따른 피난민 수용에 문제가 없다며 아직까지 유엔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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