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의 재발견, '1박2일'
복불복(福不福). '복분(福分ㆍ복을 누리는 분수)의 좋고 좋지 않음'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이다.
요즘 신세대는 복불복을 간단한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도 한다. 최근 여러 포털사이트의 검색 코너에 오른 '복불복이 무슨 뜻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1박2일'이다.
"쉽게 말하자면 행운 아니면 불운이라는 것입니다. '1박2일'에서는 복이 있으면 안에서 자고 복이 없으면 밖에서 잔다는 뜻입니다"라는 식이다.
◇'복불복'의 힘
이게 다 '1박2일'의 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복걸복'으로 잘못 쓰던 '복불복'. 그러나 이 단어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코너를 통해 어린아이까지 쉽게 쓰는 국민적인 유행어로 바뀌었다.
'1박2일'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먹고 자는 문제'를 바로 복불복 게임으로 정한다. 예컨대 같은 색깔의 음료수 중에서 간장을 뽑으면 차가운 텐트에서, 콜라를 뽑으면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는 운명의 게임이다.
'1박2일'의 팬들은 "'1박2일'을 지금의 자리까지 만든 일등공신은 복불복 게임"이라면서 "복불복이여 영원하라"고 외쳤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각 오락프로그램에서 복불복이 응용되고 있다. MBC에브리원은 이경규의 '복불복쇼'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지식이나 상식과 상관없이 오직 느낌과 눈치만으로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다. 전통의 복불복이 오락프로그램의 최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원초적 본능
복불복은 '1박2일'에서 제 이름을 찾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1박2일'의 경쟁 상대라고도 할 수 있는 '무한도전'에 등장했던 물공 헤딩, 소금 빙수 등도 복불복의 원리를 담은 게임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이 단순무식한 게임이 '1박2일'을 통해 비로소 전성기를 맞았다.
복불복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것은 '복'이냐 '불복'를 선택하는 긴장감, '불복'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 그리고 결과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출연진의 표정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특히 모든 것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살아있는 웃음이라는 점이다.
한 시청자는 "가학성 논란도 있지만 복불복 게임에서 나오는 출연자들의 원초적인 모습이야말로 복불복의 묘미"라고 주장한다.
◇단순함의 미덕
이러한 원초적인 단순함은 '1박2일'의 콘셉트인 야생성과도 코드가 통한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6명의 남자가 야생에 적응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치를 설정하고 복잡하지 않으며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고 '복불복 게임'을 도입한 이유를 밝혔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입증하듯 복불복이라는 장치는 성공적이었다. 복불복은 멤버의 생생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이 PD는 "'복불복'이라는 장치가 복잡하거나 사람 손이 많이 탄 것이라면 출연자들의 반응도 불편했을 텐데 간단하고 군살 없는 접근이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