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은행 수수료 담합, 과징금 96억원
신한 우리 국민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이 외환수수료를 신설하는 등의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96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8개 은행이 지난 2002년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와 뱅커스 유산스 인수수수료를 신설키로 담합한 것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95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은행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중소기업 SC제일 산업은행 등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9억8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우리은행이 16억1800만원, 기업은행이 16억원을 물게 됐다.
이어 외환은행(14억2500만원), 산업은행(14억1100만원), 하나은행(7억3300만원), 국민은행(6억9600만원), 제일은행(1억27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8개 은행은 지난 2002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신용장 개설 금액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토록 하자 이를 빌미로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를 신설하고 신용장 금액의 0.4%를 거두기로 담합했다.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는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이 신용장을 인수할 경우 수입상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다. 이에 따라 수입상은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과 인수한 은행에 이중 수수료를 내는 부당함을 겪어야 했다.
또 공정위는 국민 신한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지난 2002년 4월부터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를 건당 2만원씩 받기로 한 것도 담합행위로 규정했다.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는 은행이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출상에게 환어음을 받고 수출대금을 미리 내줄 때 서류심사비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다.
이번에 적발된 은행이 거둬들인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와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는 각각 1574억원과 384억원이다.
이 은행들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정보교환 모임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수수료 관련 정보를 교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의 담합 과정에는 5개 은행 외에 조흥은행이,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에서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이 참여했다가 이후 합병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담합을 통해 신설된 수수료를 폐지하지 않아 기업들의 수수료 부담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은행들이 수수료 신설을 담합한 사실에 대해서만 조사했다"며 "이미 적용 중인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은행들은 공정위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정 변경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수수료를 도입했을 뿐"이라며 "이 과정에 담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수수료를 신설하면서 다른 은행들이 따라한 것"이라며 "경쟁 시장에서 수수료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의 신청 여부에 대해 다양한 검토를 거친 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과징금을 부과받은 은행 관계자는 "억울한 면이 있어 이의신청 절차나 소송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다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한 뒤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뉴스'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