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고령화 사회, 미래 유망 기술 GT(제론테크)가 뜬다.

2022-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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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미래 유망 기술로 알려진 6T(IT, BT, NT, ST, ET, CT)가 있다. 이는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생명공학기술(BT·Bio Technology), 나노기술(NT·Nano Technology), 항공우주기술(ST·Space Technology), 환경기술(ET·Environment Technology),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 등이 그것이다. 이들 용어는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많이 쓰이는데, 최근 GT(Gerontechnology: gerontology(노인학)+technology(기술))라는 낯선 용어가 자주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진입했고, 2025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48년에는 OECD 국가 중 가장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20년 우리나라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율은 15.7%(812만5000명)로 OECD 37개국 중 29위다. 지금 추세라면 2041년에는 33.4%로 인구 셋 중 한 명은 노인이다. 204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 중 37.4%를 차지해 OECD 국가 중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령친화산업(senior-friendly industry)에 대한 시장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고령친화기술(senior-friendly technology)이 새로운 유망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은 노년층 복지 향상을 위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노년층 인구가 늘어날수록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확산되면서 ESG 경영 일환으로도 고령친화기술과 고령친화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이 발달하면 경기 활성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친화산업은 과거에 사용된 실버산업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이는 일본식 용어이므로 정부에서는 고령친화산업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2013년부터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고령친화기술은 노인을 위한 돌봄, 안전,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하여 노인에게 적합하도록 적용된 기술을 말한다. 고령친화기술은 에이징 테크(Aging-Tech·AT), 실버테크(Silver-Tech·AT), 제론테크(Geron-Tech·GT)라고도 한다. 에이징 테크는 '노화(Aging)'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노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글로벌하게 제론테크 또는 제론테크놀로지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 1989년 그라흐만스(Graafmans)가 노년층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일 연구 분야를 넘어 기술 분야와 협력할 것을 주장하며 최초로 제론테크를 언급했다. 이후 일상에서 노인의 활동 개선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의하는 최초의 콘퍼런스가 1991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개최돼 1997년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가 세워졌다. 제론테크가 집중한 부분은 노년층이 독립적인 생활과 사회적 참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건강, 주거, 이동, 커뮤니케이션, 여가, 노동 등 영역에서 예방적·보완적 공학기술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다. 
 
제론테크의 발전은 노인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을 과학기술에 접목해 그동안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며 의존적 존재로 노년층을 바라보던 기존 패러다임을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 관점으로 전환했다. 제론테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년층의 학력과 자존감,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려는 태도 등이 과거 세대와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기술적 접근이 질병·장애 치료 중심보다는 ‘인간다운 삶의 지속’이란 관점으로 한 단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도 이를 받아들여 2002년 “장수는 건강과 사회적 참여, 안전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는 것이며, ‘활동적 노화’는 이런 비전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는 원격의료, 헬스케어 신시장 창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의료서비스 등 고령화 대응 ICT 산업 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또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위해 제정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Senior-Friendly Industry Promotion Act)이 4차례 개정 이후 2013년부터 시행되면서 정보, 여가, 금융, 의약품 등 분야에서 고령친화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도 제론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다. CES 측은 최근 소비자의 변화를 스마트, 프리미엄, 서비스로 요약했다. CES 2022에서 선보인 제론테크는 이동의 자유와 작업 보조를 위한 모빌리티, 실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홈 등이 건강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디지털 헬스의 진화, 가상공간 기반의 서비스와 인터페이스의 확장에 도움을 주는 메타버스의 진화도 주요 제론테크 트렌드로 꼽을 수 있다.

사용자를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 기술의 확산과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확산이 고령친화산업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기술이 확산되고,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적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자를 보조하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다양한 이동기기 발전은 노인 세대를 포함한 교통약자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휠체어나 배송로봇은 실내 공간에서 이동과 생활 보조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 체계 강화’를 포함시켰다. 이것은 고령친화산업과 연계해 돌봄로봇 등 복지기술 연구개발 강화 및 복지관과 요양시설 등을 리빙랩으로 지정해 생활밀착형 서비스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10월 22~26일 대구 엑스코에서 '기술과 삶: 인공지능 시대 100세 인생'을 주제로 국내외 연구자들은 물론 기업인, 정책 담당자, 서비스 제공 기관 실무자들과 중장년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옴니버스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세계대회에서는 ISG 2022 학술대회, GT 전시와 함께 시니어 라이프 디지털전환(DX) 도시포럼, 고령친화산업 정책포럼, GT 쇼케이스, GT 평가회, 교육·훈련 프로그램, 경진대회·이벤트를 포함하여 30여 개에 이르는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친화기술, 고령친화산업과 제론테크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대한민국ESG메타버스포럼 의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메타버스발전연구소 대표이사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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